부리인간
배용묵   Korea, Republic of
 
 
조급히 굴지 말아라, 행운이나 명성도 일순간에 생기고 일순간에 사라진다.
그대 앞에 놓인 장애물을 달게 받아라, 싸워 이겨 나가는 데서 기쁨을 느껴라.
:47_duck: 앙드레 모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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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다크 소울 2는 없습니다.

아니, 여기 있잖아요!

그건 미야자키가 버린 사생아입니다.

아니...

┃시부야의 다크 소울
 다크 소울 시리즈에서 버린 자식(코스의?)이 있다면 바로 이 게임 다크 소울 2를 말하는 것이겠죠. 아, 그래요. 다크 소울 2, 스콜라, 스콜라, 스콜라 오브 더 퍼스트 신. 이 게임을 시작한 당신을 가리킵니다. 가운뎃손가락으로 말이죠. 양손으로요. 아시는 분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첨언하자면 이 게임의 감독은 '시부야 토모히로'입니다. '미야자키 히데타카'가 아니고? 네, 아닙니다. 여기서부터 스멀스멀 냄새가 기어올라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크소울 1은 불편하고 어렵지만 옛날 명작을 하듯 클래식한 즐거움이 있었고 다크소울 3는 기존의 단점들을 덜어내고 보완하여 유저 친화적인 완성형 게임으로서의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다크소울 2는... 짜증을 불러일으키고 화를 내게 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불합리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기 때문인데, 다크소울 1 역시 그러한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었으나, 이 게임은 그것에 느낌표를 부여합니다.

┃역 내로남불
 우선, 게임을 시작하면 내가 알던 그 움직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분명히 굴렀는데 맞습니다. 구르면서 맞습니다. 다크소울 1에 비해서 구르기의 무적 판정이 짧아졌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방패를 들어 올리는 속도는 길어졌습니다. 나는 때릴 거지만 너는 못 때리는 내로남불식 창과 방패를 이용한 플레이를 즐겨 하는데, 적들의 공격 속도 보다 한 박자 늦기 때문에 맞고 이게 방패를 내려놓는 속도도 맞춰 놓은 것인지 방패로 막으면서 공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막은 상태에서는 데미지가 덜 들어가는데 말이죠.

┃에스트 소믈리에
 에스트는 체력을 회복하는데 필수인 수단이죠. 그런데, 이 에스트를 마시는데 캐릭터가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마냥 찔끔찔끔 거린다면 어떻겠습니까? 속이 타들어가 재의 귀인이 어떠한 기분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마셨다 손치더라도 그다음이 문제인데, 회복이 바로 되는 것이 아니라, 힐을 받는 것처럼 천천히 올라갑니다. 동시에 저의 혈압도 천천히 오르기 시작하네요.

┃하지만 빨랐죠
 왜 이렇게 한 것이냐? 글쎄요, 게임 감독인 시부야는 이러한 것들조차 캐릭터의 성장 요소로서 작용하기를 원했나 봅니다. 실제로 이 게임에는 '적응력'이라는 수치가 있으니까요. 이 녀석의 수치를 올려야 에스프레소를 집어던지고 시원하게 에스트를 마실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구르기 무적 시간 또한 늘릴 수 있습니다. 그 외에 문을 열거나 상자를 열거나 레버를 당기는 등의 행위와 아이템의 사용 속도도 올려줘서 올리기만 한다면 완전히 상쇄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방패로 막는 속도와 회복하는 속도는 올라가지 않아 여전히 문제가 있는 상태이므로 어느 정도는 상쇄시킬 수 있다고만 말하겠습니다.

┃잊혀진 것
 움직임에 있어서 다크 소울 시리즈에 있어서 만큼은 레벨에 따른 차이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왕을 무찌르러 마왕의 성으로 향하는 기사처럼 중간중간 장비를 강화하고 때로는 바꿔낄 수도 있지만 여전히 기사인 것처럼 말입니다. 다른 게임으로 예시를 들자면, 오래된 게임입니다만 슈퍼패미컴으로 나왔던 '악마성 드라큘라'를 들 수 있겠네요. 결론짓자면 적응력은 불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미야자키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다크소울 3를 포함한 이후 작품에서는 그러한 요소는 없었습니다.

 다크 소울에서 가장 중요한 컨텐츠는 무엇일까요? 역시, 보스 그 자체일 것입니다. 웅장하게 때로는 화려하게 등장하는 보스, 바로 이어지는 전투에서 압도적인 힘을 확인하고 그것에 무너지고 다시 도전하고 무너지고 또 도전하고 수찬 노력을 거듭한 후, 결국엔 그 커다랗게만 보였던 보스라는 장벽을 부쉈을 때 그것에 희열을 느끼고, 그들이 남긴 이야기에 놀라거나 슬픔을 느끼는 그 모든 순간순간들. 그것들은 기억의 발자취로 남아 더 큰 장벽에 부딪쳤을 때 되뇌어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 이 게임에서도 그런 기억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 수가 부족하고 대부분의 보스들은 형편없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다크 소울 1에 비해서 크게 발전한 패턴을 만들어 내지도 않았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서 생각한 것이 물량 전이니 실망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에 다크 소울

 재밌습니다. 뭐가요? 이 게임이요. 재밌는 게임이라고 말한다고 재밌는 게임이 되는 것이 아니고 하물며 단점을 열거하고 재밌다고 말한다면 더 아니겠죠. 이상한 매력을 지닌 게임입니다. 말한 대로 분명 짜증도 나고 화도 났습니다. 하지만 시부야 감독이 풀어낸 다크 소울의 세계관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나 '메듀라'라는 장소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약간은 구슬프지만 마음이 평온해지는 배경 음악이 들려오고 태양이 저물기 전 마지막으로 힘껏 빛을 뿜어내는 광경에 잠시 넋을 잃고 영롱한 바다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를 쫓아 길을 따라가면 꺼진 장작더미가 보이고 불을 붙여 화톳불이 타닥거릴 때쯤 주변을 둘러보면 절벽에서 먼 곳을 바라보는 한 여인이 보입니다. 그녀는

당신은… 계승하는 자인가요?

아니면…

그저 운명에 따를 뿐인가요…?

화방녀입니다. 그리고 이 게임의 화방녀는 매우 귀엽습니다. 다크 소울 1과 다크 소울 3와는 다르게 다채로운 행동들을 하는데 처음 본 것처럼 먼 곳을 바라보기도 하고 화톳불을 보며 불멍을 때리거나 근처에 앉아서 발을 동동 굴리기도 합니다. 음,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것이 조금 아쉬움으로 남네요.

그래서 이게 장점의 다 인가? 네, 하지만 대단히 큰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비벼 먹을 이 게임을 계속해서 해나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합니다. 미야자키가 버린 사생아, 망자 뼛가죽에 붙은 고깃덩어리 같은 게임 취급을 받고 있지만 막상 해보면 다크 소울은 다크 소울이라고 느껴집니다. 다크 소울 1과 다크 소울 3를 재밌게 플레이하셨다면 저처럼 이 게임도 재밌게 하실 수 있을 겁니다.

┃7.9 : 괜찮은
+새로운 느낌의 다크 소울
+메듀라
+화방녀
-적응력
-에스트 소믈리에
-게으른 보스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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